14일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서운암으로 갔다. 하루 전날 대한불교 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으로 추대된 성파(性坡) 스님을 만났다. 통도사 방장인 성파 스님은 “뭐하러 올라카노. 그냥 담에 보자 마”라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내년 3월에 취임하는 데다, 현 종정인 진제 스님이 계시니 예(禮)가 아니라고 했다.
삼고초려 끝에 성파 스님과 마주했다. 종정은 조계종의 정신적 지도자다. 차기 종정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성파 스님은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고 했다. 3남 1녀 중 차남이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었다. 동네에서는 별나다는 소리도 들었다. 화를 한 번 내면 불같이 낸다고 해서 동네에서 어릴 적 별명이 ‘불 칼’이었다. 한 가닥 하는 성품이었다.
1939년생인 성파 스님은 해방되던 이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왜놈 순사가 말 타고 칼 차고 다니던 것도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6ㆍ25 전쟁이 터졌다. 낙동강 지역까지 인민군에 점령됐다. 내가 살던 합천과 이웃 고령도 인민군에 점령됐다. 밤이면 ‘피융 피융’하며 총알이 날아다녔다. 전쟁터에서 사람 죽는 것도 보고 그랬다. 그러니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기가 힘들었다.”
이웃 마을 학교는 불에 타버렸고, 성파 스님이 다니던 학교는 방위군들이 와서 주둔했다. 그나마 수업이 있을 때는 천막도 없이 들판에서 했다.
인민군이 후퇴하며 북으로 올라가자 성파 스님은 서당으로 갔다. 거기서 정규 교육 대신 한학을 배웠다. “명심보감부터 사서삼경을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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